안개가 베란다 코앞까지 와 있습니다. 비가 옵니다. 4월에 제주에 내리는 비를 사람들은 ‘고사리 장마’라 부릅니다. 그도 그럴 것이 며칠씩 혹은 몇 주씩 내리기 때문입니다. 작년 같은 경우 거의 두 달 넘게 비가 왔습니다.
겨울동안 움츠렸던 마음들이 봄이면 들뜨기 마련인데 제주도 사람들의 그것은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. 마치 축제 같습니다. 고사리 때문입니다.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‘고사리’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봄을 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.
4월은 제주에서 ‘고사리 축제’의 달이면서 한 편으로 ‘가슴 아픈 역사의 달’이기도 합니다. 4.3 때문입니다.
제주 4·3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시위를 포함해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.
가옥 4만여 채가 소실되었고, 중산간지역의 상당수 마을이 폐허로 변했다고 합니다.
한 마을에 제삿날이 같은 경우가 부지기수라나 얼마나 참혹했을지 짐작이 가고 남습니다.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지만, 아직도 다 규명되지 않아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습니다.
이 4월에 동시집 두 권을 상재하게 되어 기쁘면서도 아프네요.
김연래 시인은
1965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습니다.
2002년에 <청룡열차를 탄다> 외 4편이 월간 순수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습니다.
2007년 제25회 전국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아동문학부문에서 <쉼표>로 우수상 ,2008년 제29회 전국 만해백일장 산문부 일반대학부문에서 <설거지>로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.
2008년에 <쉼표> 외 1편이 격월간 아동문예 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.
시집 <안경을 벗다> (2009년), <바람 불어 그대 보고픈 날> (2021년)이 있습니다.
동시집 <눈치코치가 백 단> (2021년), <엄마는 홀딱 넘어갔다> (2021)가 있습니다.
개정판 <빗소리를 들으며> (2021년)가 있습니다